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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자취도 남기지 마라.
편안한 발걸음으로 쉬어가라.

무엇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묵묵히 쉬면서 천천히 가라.

오는 인연 막지 않고
가는 인연 붙잡지 말라.

놓으면 자유(自由)요,
집착함은 노예(奴隸)다.

이 세상에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인생이다.

짐을 내려놓고 쉬어라
쉼이 곧 수행(修行)이다.

쉼은 삶의 정지가 아니라,
삶의 중요한 부분이다.

쉼이 없는 삶은 삶이 아니라,
고역(苦役)일 뿐이다

그릇은 빈 공간이 있어
그릇이 되는 이유다.

지친 몸을 쉬는 방(房)도
빈 공간을 이용하게 된다.

빈 것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삶에 꼭 필요한 것이다.

삶의 빈공간 역시 그러하다.
그래서 쉼은 더욱 소중하다.

쉼은 삶을 더욱 살찌게 한다.
쉼은 삶을 더욱 빛나게 한다.
풍요와 자유를 함께 누려라.

쉼이란 놓음이다.
마음이 해방되는 것이다.
마음으로 벗어나 쉬는 것이다.

그래서 쉼은 중요한 삶이다.
오는 인연 막지 않는 삶이요.
가는 인연 잡지 않는 삶이다.

시비(是非)가 끊어진 자리
마음으로 탓할 게 없고,
마음으로 낯을 가릴 게 없는
그런 자리의 쉼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인생도 잠시 쉬어갈 뿐이다.

쉬어가는, 여유있는
넉넉한 삶을 사유하며…

-<무소유의 삶과 침묵>中 –